'과일 망신은 모과가 다 시킨다.'라는 속담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모과는 떫고 시어서 날로 먹기는 어렵지만 술이나 차로 즐길 수 있는 열매입니다. 그렇다면 모과는 과일일까요, 아닐까요? 또 '과일'과 '과실'은 같은 말일까요, 다른 말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과일'과 '과실의 차이를 사전적 의미와 실제 쓰임새, 그리고 일상과 학문적 구분까지 살펴보겠습니다.
목차
- 과일의 사전적 정의
- 모과는 과일일까
- 밤은 왜 과일일까
- 수박, 참외, 딸기는 과일일까
- 토마토 논쟁과 문화적 차이
- 과일과 과실은 같은 말일까
- 과실과 과일의 경계
- 야생 열매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 정리하면
과일의 사전적 정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과일은 '나무 따위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 대개 수분이 많고 단맛 또는 신맛이 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과, 배, 포도, 귤, 감, 바나나, 밤 등이 있습니다.
동의어로는 과물, 과실, 실과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즉, 과일은 수분과 당도가 풍부해 날로 먹기 좋은 열매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모과는 과일일까
모과는 향이 좋지만 맛이 떫고 시어 날로 먹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술이나 차로 가공해서 먹을 수 있으니 사전적 정의에 따라 '과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과일은 대개 과즙이 풍부하고 달콤해야 한다는 속성을 가진다고 했는데, 모과는 이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속담처럼 '과일 망신'이라는 표현이 생겨난 것이죠.
밤은 왜 과일일까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깁니다. 밤은 수분도 적고 날로 먹었을 때 단맛도 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워야 맛이 좋아지는데, 사전에서는 밤을 과일로 분류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과일'의 정의가 다소 모호해집니다.
과즙과 당도가 기준이라면 밤은 과일에서 제외되어야 맞을 것 같지만, 전통적으로 과일로 묶여 온 것이지요.
수박, 참외, 딸기는 과일일까
사전에서는 과일을 "나무 따위를 가꾸어 얻는 열매"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따위'라는 표현이 애매합니다. '나무'뿐 아니라 초본 식물도 포함된다고 본다면, 수박, 참외, 딸기 역시 과일로 봐야 합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전 예문에는 이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는 언중(일상 사용자)이 과일이라 부르지만, 학문적으로는 '열매채소'라는 분류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즉, 일상에서는 과일, 학문에서는 채소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 셈입니다.
토마토 논쟁과 문화적 차이
토마토 역시 과일인지 채소인지 논란이 많죠.
미국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요리 재료(채소)로 쓰기 때문에 채소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설탕을 뿌려 후식처럼 먹기도 하고, 과일 주스에 넣어 마시기도 합니다.
따라서 토마토의 정체성을 식품 자체의 속성보다 문화적 사용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일과 과실은 같은 말일까
사전은 과일=과실로 풀이합니다. 하지만 실제 쓰임은 다릅니다.
"제철 과일이 맛있다." (자연스러운 표현)
"제철 과실이 맛있다." (어딘가 학문적이고 어색한 표현)
즉, 과실은 농학, 원예학 분야의 전문 용어로 남아 있고, 과일은 일상어로 살아남은 셈입니다.
과실과 과일의 경계
오늘날에는 이렇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 과실 : 나무를 가꾸어 얻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매 -> 전문어적 성격
- 과일 : 나무나 초본 식물을 가꾸어 얻으며, 수분이 많고 단맛 혹은 신맛이 나는 열매 -> 일상어적 성격
따라서,
- 사과, 배, 포도, 귤, 감, 바나나 = 과일이자 과실
- 밤, 잣, 호두 = 과실은 맞지만 과일은 아님
- 수박, 참외, 딸기 = 과일은 맞지만 과실은 아님
야생 열매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머루, 다래처럼 사람이 가꾸지 않고 자연에서 자라는 열매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과일도 아니고 과실도 아니며, 그냥 '열매'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합니다.
정리하면
- 과일 : 일상어, 달고 즙 많은 열매 중심 (사과, 포도, 수박, 참외, 딸기)
- 과실 : 전문어, 나무 열매 중심 (밤, 호두, 잣 등 포함)
- 차이점 : 과일은 언중 중심, 과실은 학문 중심
- 경계 사례 : 모과는 과일이지만 비주류, 밤은 과일이지만 논란, 토마토는 문화 따라 달라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토마토, 수박, 참외, 밤... 과연 어디까지가 '과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상적 기준과 학문적 기준 중 어느 쪽에 더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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